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새로 택배가 오기 무섭게 박스를 차지하는 고양이, 장난감보다 상자에 더 관심을 보이는 고양이. 그런데 왜 고양이는 상자만 보면 들어가고, 나올 생각을 안 할까? 단순한 장난일까, 아니면 그 안에 진짜 이유가 있을까?
고양이는 야생에서 작은 틈이나 굴, 덤불 사이에 숨어 사냥하거나 위협을 피하며 살아왔다. 즉, 고양이에게 좁고 폐쇄된 공간은 단순한 공간이 아닌 생존을 위한 보호막이었다.
종이 상자처럼 작고 사방이 막힌 공간은 고양이에게 천적이나 낯선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완벽한 피난처처럼 느껴진다. 마치 "여기면 안전해"라고 뇌가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입양 초기나 환경이 바뀐 경우 고양이가 상자에 들어가 있으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취하려는 행동으로 해석된다.
고양이의 쾌적 체온은 사람보다 높아 약 38~39도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따뜻한 장소를 찾는다. 그런데 종이 상자는 단열성이 좋고 공기 흐름이 적어 내부 온도가 외부보다 따뜻하게 유지되기 쉽다.
특히 겨울철에는 바닥에 놓인 박스 속이 고양이에게는 작은 따뜻한 동굴처럼 느껴지며, 체온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이는 전기장판이나 해가 잘 드는 창문 자리를 선호하는 행동과도 연결된다.
고양이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매우 민감한 동물이다. 과도한 소리, 갑작스러운 움직임, 낯선 냄새는 모두 스트레스 요소가 된다. 그런데 상자 안은 외부 시야와 자극을 줄여주는 공간이다.
네 면이 막혀 있고, 입구만 열려 있어 주변을 관찰하기에도 용이하다. 이는 고양이에게 “나만의 감시초소” 같은 역할을 해준다. 밖은 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자신을 잘 볼 수 없는 구조는 고양이의 경계 본능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조건이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지루함을 쉽게 느끼는 동물이다. 종이 상자 하나는 단순한 피난처일 뿐 아니라, 장난감, 놀이터, 휴식 공간, 감시탑 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상자 안에서 놀고, 숨어 있고, 기습 공격을 준비하는 등 놀이 본능과 사냥 본능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장난감보다 상자에 더 끌리는 것이다.
또한 상자의 표면을 긁거나 물어뜯는 것도 고양이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와 동시에 본능적 행동을 실현하는 만족감을 준다.
고양이가 상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과 감각에 최적화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안전함, 따뜻함, 스트레스 해소, 놀이 본능까지 모두 충족하는 작은 공간.
그게 바로 종이 상자다.
그러니 다음에 고양이가 택배 상자에 쏙 들어가 있을 때, 굳이 꺼내지 말고 그냥 두자. 그 속이 고양이에겐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휴식처일지도 모르니까.
달걀은 냉장 보관하는데, 외국은 왜 실온 보관일까? (0) | 2025.05.10 |
---|---|
펭귄은 무릎이 있을까? (0) | 2025.05.08 |
초코맛은 갈색이어야만 할까? (0) | 2025.05.07 |
귀지는 왜 생길까? 안 생기면 좋은 거 아냐? (0) | 2025.05.06 |
빨간색은 왜 식욕을 자극할까? (0) | 2025.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