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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은 간지러움을 스스로 못 참을까?

쓸데잡학

by 쓸데잡학 2025. 5.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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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은 간지러움을 스스로 못 참을까?

간지러움은 웃음과 비명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묘한 감각이다. 특히 다른 사람이 간질일 땐 자지러지게 웃다가도, 내가 스스로 간지럽히면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가 많다. 왜 우리는 스스로 간지러움을 유발해도 그 자극에 둔감할까?

 

🧠 간지러움은 뇌가 만들어낸 감각

간지러움은 피부에서 시작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뇌에서 해석하는 감각의 일종이다. 피부에 자극이 닿으면 척수를 통해 시상으로 전달되고, 다시 대뇌피질이 그 자극을 ‘간지럽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뇌가 그 자극이 예측 가능한 자기 행동인지 아닌지를 감지한다는 점이다. 자기 손으로 긁으면 뇌가 그 자극을 이미 알고 있어서 ‘무시’하는 것이다. 이는 감각 피드백 억제(sensory attenuation) 현상 때문이다.

 

🧍‍♀️ 자기 자신을 간지럽힐 수 없는 이유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간지럽히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뇌가 그 움직임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뇌의 **소뇌(cerebellum)**는 우리가 어떤 움직임을 하려고 할 때, 그 결과를 예측해 감각 체계를 조절한다. 다시 말해, **"내가 손을 옆구리에 갖다 댈 것이다"**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기에, 실제 간지러운 자극이 와도 ‘익숙한 감각’으로 처리하고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달리, 누군가가 예고 없이 갑자기 간질이면 예측 불가능한 자극으로 인식되면서 더 크게 반응한다. 그래서 간지럼은 외부 자극일 때만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 간지럼은 왜 웃음과 연결될까?

간지럼을 타면 우리는 왜 웃을까? 이 역시 자율 신경계의 반응이다. 간지럼은 일종의 경계 반응이다. 갑작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자극은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뇌는 이를 경계한다. 하지만 간지럼을 유발하는 사람이 친구나 가족일 경우, 그 경계 반응이 공격 대신 웃음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일종의 사회적 완충 작용이다.

재미있는 건, 간지럼을 유발하는 신체 부위 대부분이 급소이거나 민감한 부위라는 점이다. 옆구리, 발바닥, 겨드랑이 등은 모두 외부 위협에 취약한 부위이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뇌의 과민 반응으로 간지럼 감각이 존재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 간지러움을 타는 건 진화의 산물?

학자들은 간지럼 반응이 사회적 유대 강화 혹은 위협에 대한 빠른 대응 기제로 진화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유아기 때 부모와 간지럼 놀이를 하며 친밀감이 형성되고, 친구끼리도 장난으로 간지럼을 통해 웃고 떠들며 유대감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간이 타고난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과도 맞물린다.

또한 간지러움은 자기방어 행동을 빠르게 유도하기 위한 반사적 작용일 수 있다. 간지럼을 탈 때 몸을 피하게 되는 반응은, 곤충이나 뱀 같은 위협에서 신속히 벗어나게 하는 원초적 생존 본능의 일부일 수 있다.

 

간지럼은 그저 웃긴 감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뇌의 예측 메커니즘, 신경계의 경계 반응, 사회적 유대, 심지어 생존 전략까지 간지러움에는 인류의 복잡한 진화사가 담겨 있다.
다음에 누군가가 당신을 간질일 때, 웃는 대신 "오~ 감각 피드백 억제 때문에 스스로는 간질 수 없지!"라고 말해보자. 간지럼은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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