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알파벳은 A로 시작해 Z로 끝난다. 우리는 이 순서를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왜 꼭 A부터 시작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생긴다. 알파벳의 순서에는 어떤 역사와 이유가 숨어 있을까?
영어 알파벳은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다. 그 뿌리는 고대 **페니키아 문자(Phoenician alphabet)**에 있다. 이 문자는 기원전 1050년경 중동 지역에서 사용되었고, 오늘날 알파벳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페니키아 문자는 상형문자에서 벗어나 소리를 표기하는 자음 중심의 문자 체계로 발전했으며, 알파벳 순서 역시 이 시기에 만들어진 틀이었다.
이후 히브리어, 아람어, 그리고 그리스 문자를 거치면서 문자의 형태와 발음이 바뀌었지만, 문자들의 순서 자체는 대부분 페니키아 원형을 그대로 따랐다. 즉, A-B-C-D 식의 배열은 수천 년 전부터 고정된 틀이었던 것이다.
그리스어 알파벳의 첫 글자는 ‘알파(α)’, 두 번째는 ‘베타(β)’다. 이 두 단어를 조합한 것이 바로 ‘알파벳(alphabet)’이라는 단어의 어원이다. 알파와 베타는 단순히 이름이 아니라, 당시에 자주 사용되던 발음 순서를 반영한 것이었다. 이런 그리스 알파벳의 구조가 로마 문자, 즉 현재 영어의 기반이 되는 문자에 계승되면서, A부터 시작하는 순서도 고정되었다.
사실 A가 반드시 가장 먼저 발음되었거나 중요했기 때문에 앞에 배치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자의 이름과 순서가 관습적으로 고정되었고, 교육 체계 속에서 그 순서가 반복되며 "첫 글자는 A"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쓰는 알파벳 순서는 기능적이기보다는 관습적이다. 즉, 실제로 이 순서가 발음의 유사성, 사용 빈도, 형태상의 논리와 관계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교육 시스템에 반복되며 고정된 것이다.
특히 **알파벳 노래(ABC song)**나 사전(dictionary) 정렬 방식, 파일명/폴더명 정렬 등에서 A가 첫 글자로 쓰이면서 ‘처음은 A’라는 개념이 더욱 강화되었다. 즉, 실용성보다는 반복 학습과 문화적 영향으로 인해 지금의 A~Z 순서가 고착된 것이다.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한글은 ‘ㄱ’부터 시작되지만 이는 발음의 난이도나 단어 빈도와 관련 없다. 단지 교육상, 배열상의 기준으로 정한 것이다. 중국어 병음 표기에서도 b, p, m, f 순서로 시작되며, 이 역시 발음 순서에 따른 구성일 뿐이다.
즉, 문자 배열의 순서는 언제나 ‘논리적’이라기보다 ‘관습적’이고 ‘문화적’인 경우가 많다.
영어 알파벳이 A로 시작하는 이유는 발음의 중요성이나 빈도가 아니라, 역사적 전통과 문화적 관습에 따른 것이다. 수천 년 전 페니키아 문자에서 출발한 순서가 그리스, 로마를 거치며 그대로 이어졌고, 교육 시스템과 문화 콘텐츠를 통해 반복되면서 지금의 순서가 고착되었다.
A는 그저 우연히 첫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순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처음’이라는 개념까지 A에 투영시켜버렸다. 결국 “왜 A부터 시작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처음부터 그랬기 때문”이 가장 인간적인 대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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